qcy T1 쓰다가 에어팟 프로 기변한 소감

Posted by gams
2020. 4. 28. 05:37 Review/Digital

무선 이어폰으로는 주로 qcy 제품들을 많이 사용 중이었습니다. T1부터 T5, 그리고 넥밴드 형태의 QY25까지 여러 가지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었죠.


큰 불만 없고 배터리 오래 가는 편이고 뭐 들어줄 만한 사운드여서 비싼 것 생각 않고 쓰고 있다가 이번에 에어팟 프로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사기 전까지도 2만원짜리 이어폰 쓰다가 정가 32만 9천원짜리를 구매하려니 결제에 손이 가다 말다 했었는데 결론적으로 사고 나니까 qcy 제품들은 서랍행 되었네요.


그럼 qcy T1 쓰다가 에어팟 프로로 기변한 소감을 간단히 적어 봅니다. 전문적인 리뷰가 아니므로 그냥 느낌이 이렇다 정도로만 봐 주세요.




qcy T1 쓰다가 에어팟 프로로 바꿀 만한가요?


일단 제 대답은 '예'입니다. 뭔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실은 저처럼 저가형 무선이어폰을 만족하면서 사용하던 사람이 바꾸게 되면 어떤 엄청난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 대비 말이죠.


제가 구매해 본 느낌으로는 여력이 된다면 당연히 에어팟 프로를 구매하는 게 낫다입니다. 특히 아이폰을 사용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구요.


실제로 아이폰에서는 모든 기능을 다 사용할 수 있고,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부드럽습니다. T1 같은 경우는 아이폰에서 사용할 때 한쪽만 나온다거나 연결이 되지 않는 등의 자잘한 에러들을 경험할 수 있죠.


에어팟 프로는 한번 연결한 자신의 기기에 연결되었다 끊어졌다 하는 게 자연스럽고 사용자 편의를 잘 고려하고 있습니다.



박스를 받아들면 뭔가 묵직합니다. 실제 에어팟 프로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무거운 감이 있네요. 



뚜껑을 열면 설명서가 보이고



그 아래 본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호 비닐도 뭔가 고급스럽네요.



본체 아래에는 연결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충전기는 없습니다.



중간에 있는 건 이어팁이네요. 한 쌍씩 크기가 다른 게 2개가 더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연결된 것까지 해서 3쌍의 이어팁이 있는 셈입니다.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이렇게 사서 그냥 본체 뚜껑을 열기만 해도 제 아이폰에 연결을 시도한다는 점입니다. 




화면의 연결 버튼을 누르고 본체 뒷면의 버튼을 눌러주면 바로 쉽게 연결이 되어 버리죠.



간혹 나중에라도 연결이 안 되면 후면에 있는 버튼을 눌러주면 됩니다. 앙증 맞게 붙어 있는 제조년월 스티커가 이질적입니다. 이건 한국에서 붙이지 않았나 싶네요.



이어폰은 상당히 예쁘게 생겼습니다. 왜 애플 제품만 고집하는지 수긍이 가는 디자인이죠. 충전할 수 있는 본체 안은 마치 조약돌을 깎아서 만든 것 같습니다.



특이하게 측면에 있는 살짝 들어간 부분을 물리적으로 누르면 다음 곡, 이전 곡 등등의 제어가 가능합니다. 이게 귀로 듣고 있으면 띡띡! 이런 소리가 나서 마치 진짜 누르는 것 같네요. 그냥 봐서는 감압식 터치 센서라서 딸깍 딸깍 누르는 버튼이 아닌 게 보입니다. 뭔가 처음 해 보면 터치도 아니고 물리적으로 누르는 것도 아니어서 이질감이 좀 느껴집니다.


귀에 꼽으면 착! 달라 붙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게 사람마다 귀 모양이 달라서 그런 것일수도 있는데요, 귀에 꽂는 실리콘 이어팁은 적당한 밀착력을 가지는데 이어폰 자체의 미끄러운 재질이 잘 빠지게 만들지 않나 합니다.


다른 사용기를 보면 귀에서 절대 안 떨어진다는 사람도 있고 수시로 떨어진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저는 잘 떨어지는 사람 중 하나일 듯싶습니다. 귀에 막 쑤셔 넣듯이 꼭꼭 넣으면 그나마 덜 빠지는데, 사용하다 보면 조금씩 밖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장실에 꼽고 들어가거나 길에서 걸어다닐 때는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 


에어팟 때처럼 좌우를 서로 연결하는 실리콘 줄도 액세서리 제작사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크기 팁이나 폼팁도 한번 써 봐야겠습니다.



이어팁 부분은 특이하게 동그랗지 않고 타원형입니다. 이게 귀 모양이나 소리 통로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동그란 다른 무선이어폰과의 차이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모양은 호환 이어팁을 찾기 어렵죠.



충전은 무선 충전도 된다는데 집에 없기 때문에 그냥 유선으로 충전합니다. 금방 100%가 되더군요. 충전하는 동안은 불이 안 들어옵니다. 선을 연결했을 때 잠깐 빨간불이 들어왔다가 꺼지므로 얼마나 충전되었는지 알기 어려운 점은 단점이네요.



위는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AirPods과의 비교표입니다. 스펙상으로는 한번 충전시 4.5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맞춤형 핏'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무선 충전 케이스를 사용할 때는 24시간 이상 사용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운드 재생에 중요한 칩은 세 가지 모델 모두 H1칩을 사용하므로, 인이어냐 오픈형이냐를 두고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새로운 기능은 사운드 바를 열었을 때 아래 가장 왼쪽에 있는 노이즈 캔슬링이죠. 사용해 보니 상당히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아예 외부 소음이 안 들린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가까이에서 적당한 소리로 말하거나 소음으로 나는 소리는 어느 정도 들린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인이어로 들으면서 컴플라이 폼팁 같은 걸 사용하면 어느 정도 바깥 소리가 절제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죠.


그나마 그보다는 좀 더 작게 들린다는 점? 그리고 지하철 안 소음처럼 일정하게 지속적으로 나는 소음에는 강하지만, 불규칙적으로 나는 소리를 다 잡지는 못합니다.


여기서 기대감이 어느 정도는 희석되어 버리더군요. 노이즈 캔슬링이 있다, 하지만, 완벽한 차음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도 야외의 일정한 소음 속에 있을 때 인이어를 사용하더라도 뭔가 우웅~ 하는 주변 소음이 일정 부분 들렸다면, 에어팟 프로는 이런 소음을 거의 잡아서 정말 온전하게 노래만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네요.


예전에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소리가 이 기능 때문에 뭉개지는 것 같았다면 에어팟 프로는 소리가 오히려 선명하고 맑게 들립니다. 이 때문에 다들 높은 가격대임에도 사는 것 같네요.


사실 이 가격대에서는 경쟁할 수 있는 기기가 거의 없습니다. 


삼성의 버즈 플러스도 노이즈 캔슬링이 없어서 더 좋은 음질임에도 서로 비교되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가격도 반값밖에 안 합니다. 


음질만을 따지면 버즈 플러스가 낫다는 분이 많지만, 또 디자인이나 노캔 기능 등을 생각하면 애플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디자인에 이런 기능을 가지고 가격대가 더 착하다고 해도 애플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 때문에 이것만 사는 사람들이 분명 있겠죠.


잘 때 사용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귀에 꽂고 노래는 틀지 않고 층간 소음이나 주변 소음에서 자유롭게 잠을 청하고 싶은 분들이죠. 노래 트는 것 없이 귀에 꽂으면 바로 노캔 기능이 되므로, 마치 이때는 혼자 작고 조용한 공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노캔 말고 주변음 허용이라는 기능도 있는데요, 이게 또 대박입니다. 마치 귀에 이어폰을 안 꽂고 있는 것 처럼 소리를 관통시켜 들려 줍니다.


간혹 이 기능을 켜고 이어폰이 어디 갔는지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소리를 들려주는 기능이 뛰어난 편입니다. 주변음 허용으로 해 놓고 주변 소리를 들어보니까 마치 마이크를 켰는데 그 소리를 최대한 억제해서 현실감 있게 들려준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내가 하는 말은 억제된 마이크 소리처럼 들립니다.


사실 노캔 기능을 켜면 약 30분 정도 배터리타임을 더 잡아 먹게 되어서 이걸 끌 수도 있겠지만, 이왕 있는 것 켜서 들으면 사운드에도 몰입감이 있고 좋습니다.


자, 마지막으로 사운드입니다.




* 테스트에 사용한 음악

Hot Hands(Original Mix) - Darius

So Am I - Ava Max

Before I Let Go - Beyonce

Satisfied - Galantis

Falling In Love - Jamie Lawson

POP/STATS - (여자) 아이들, Madison Beer, Jaira Burns, K/DA, League of Legends



* 참고로 아래 청음 비교는 QCY T1의 경우 이어팁을 컴플라이형 폼팁으로 교체한 상태에서, 에어팟 프로는 순정 상태에서 비교했습니다. T1은 순정 이어팁에 비해 사운드가 더 좋아지는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게 정말 사용자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해도 객관적으로는 qcy의 저가 이어폰과는 소리 차이가 난다고 하는 게 정설입니다.


그런데 저 같은 막귀는 정말 엄청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겠더군요. 물론 노캔과 비싼 가격대를 생각하는 플라시보까지 더해진다면 사운드 차이가 꽤 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딱 그 정도 차이입니다. 노캔에서 오는 사운드의 명료함, 그리고 애플의 감성 외에 다른 큰 차이점은 못 느꼈습니다. 그래도 정리해 보자면,


고음역대: 애플 쪽이 더 명료하고 덜 날카롭습니다.

저음역대: 둘 차이가 별로 안 납니다. 오히려 T1이 타격감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공간감: 애플 쪽이 더 넓은 공간에서 사운드가 나오는 게 느껴집니다. 

전체적인 분위기: T1 쪽 음이 좀 퍼진다고 한다면 프로가 더 짜임새 있는 음을 들려줍니다. 


보컬을 들을 때 T1이 톡 쏘는 소리라면 애플은 좀 덜 날카롭네요. 오히려 음이 선명합니다. 베이스는 사실상 둘의 큰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이건 제가 막귀인 점도 있겠네요. 대신에 음 분리도는 애플 쪽이 낫습니다. 세세한 소리가 더 잘 들리는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위 내용은 집중해서 들었을 때의 느낌이고 qcy의 T1도 사실 저가군에서는 사운드 품질이 뛰어난 편에 속하죠. 어마어마한 차이라기 보다는 고가의 칩셋을 사용한 정도의 차이 정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부분이 아쉽기는 합니다. 비싸게 구매했으니 가격만큼의 차이를 느끼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이겠죠. 그나마 좋은 점 하나를 더 말하라면 오래 들어도 피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T1은 오래 듣고 있으면 귀도 아프고 피로감도 쉽게 오는 편이었습니다.


결론은 '굳이 환상적인 사운드를 느껴보려고 에어팟 프로로 갈 필요는 없겠지만, 막 저지를 돈이 있다면 바꾸는 게 더 좋다' 입니다.


바꿨을 때의 장점이 안 바꿨을 때의 단점, 예를 들어 매일 커뮤니티를 들락날락 거리면서 어떤 점이 좋아서 저 사람은 에어팟 프로를 샀나를 살펴 보거나, 아니면 바꾸면 어떤 점이 더 좋아질까를 마음 속으로 몇 번씩이나 시뮬레이션 해 보는 무언의 고통을 능가한다고 생각되면 바꿔야 합니다.


제가 딱 그 케이스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바꾸고 보니 장점이 생각보다는 두드러졌고 더 이상 qcy 종류는 안 쓰게 되었다는 말이죠. 물론 가볍게 조깅하거나 할 때는 또 꺼내서 쓰고는 있습니다.



다만 이제 일상 데일리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건 단연 에어팟 프로입니다. 


T1이 이제 음악을 들어야지~ 하면서 주섬주섬 귀에 이어폰을 쑤셔 넣었었다면, 에어팟프로는 음악 듣자~ 이러면서 쏙쏙 귀에 편하게 넣는 느낌? 바로 이런 편안함의 차이가 있네요. 그리고 무시 못할 뽀대 차이도...



혹시나 갑자기 주식이 떡상해서 여윳돈이 생겼다거나, 회사에서 일 잘했다고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거나 할 때 가장 지르기 좋은 물건입니다.


연말에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런 걸 생각하기 전에 완성도가 너무 뛰어나서 후속 모델이 나와도 별로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2만원과 32만원의 차이인데, 이걸 극복한다면 질러도 좋습니다. 지금은 막 할인 되는 시기인지 이것저것 쿠폰 같은 걸 쓰면 23만원대까지도 나오더군요.


이상 qcy T1 쓰다가 에어팟 프로로 기변하니 정말 좋다는 제 소감이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였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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