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MX Keys Mini를 이번에 구매했습니다. 곳곳에서 연말 할인 행사라고 말하지만 기간이 들쑥날쑥해서 아무튼 몇 군데 비교해 보고 구매했네요.
그동안 사용했던 기존 키보드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방 한쪽에 짐처럼 쌓아두고 있었습니다. 이것 꺼내봤다가 저것 꺼내봤다가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가 펜타그래프 키보드 끝판왕 중 하나라는 말을 듣고 검색을 했습니다.
예전에 로지텍 K810에는 미치지 못 하는 키감이지만, 그래도 지금 선택하기에는 꽤 괜찮다라는 후기들을 보고 구매하기로 결정.
풀배열인 MX Keys가 이미 나와 있었지만, 풀배열은 어깨 통증을 자동으로 유발하기에 제외시키고 텐키리스 버전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구매 전에 그래도 한 번 실물을 구경이나 해 보자는 마음에 신세계센텀 지하에 있는 영풍문고를 찾았습니다. 여기에 로지텍 제품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더군요.
로지텍 MX Keys Mini 키보드 구매 후 장단점 - 펜타그래프 끝판왕 인정
로지텍도 펜타그래프 제품들이 몇 가지 되므로, 선택지는 있습니다.
(* 펜타그라프, 팬타그래프 등 어떤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주로 펜타그래프로 많이 사용합니다. 영어로는 pantagraph라고 쓰기 때문에 실제 영문 표기법을 따른다면 팬터그래프가 맞습니다.)
마침 제가 방문한 곳에 비슷한 키감의 MK470도 있더군요. MX Keys Mini는 페일 그레이 컬러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주변 조명이 노란 빛이 있어서 정확한 컬러감을 보지는 못 하고, 키감이 생각보다 부드럽다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두드려 보니 괜찮아서 결국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하게 되었네요.
개봉해 보니
하루만에 배송되어 온 제품입니다.
행사 기간이라서 로지볼트가 포함된 제품이었습니다. 따로 포장되어 왔고, 로지볼트는 별도로 구매하면 12,000원 정도 한다고 하네요. 보안 때문에 새로 바뀐 무선 수신기로, 이전 유니파잉 수신기와는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이게 예전 로지텍 제품을 사용하고 있던 사람은 호환이 안 되니 뭔가 새 제품 구매를 강요 당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쉽네요.
박스는 모두 네 군데 커다란 비닐 테이프로 밀봉되어 있습니다. 미개봉이라면 네 군데 다 포장되어 있는 제품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정가가 14만원이 넘어가는 제품인데 AS 보증 기간은 단 1년입니다. 그만큼 고장이 안 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개봉을 하면 안쪽에 하얀 종이로 감싼 본체가 보입니다. 비닐을 되도록 안 쓰려는 제조사 의지가 엿보이네요. 이런 부분 마음에 듭니다. 종이를 벗겨 내니까 마치 명품 가방 오픈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구성품은 본체와 USB-C 케이블이 전부입니다. 너무 간단하네요.
첫 인상은 정말 단단해 보인다? 그리고 만져보면 날카로운 부분이 없습니다. 만질 때 삐걱거림, 흔들었을 때 소음 이런 게 전혀 없습니다. 그냥 모든 부품들이 통짜로 만들어진 것처럼 완성도가 높습니다.
키감도 중요하지만, 이런 감성적인 부분도 중요하기에 이런 점에서 너무 좋네요.
페일그레이를 구매할 때, 이게 이름만 봐도 화이트가 아니라는 말이 많이 있던데 이미지 상으로는 흰색이길래 그냥 화이트를 그렇게 부르나 보다 했었죠.
(기본 컬러는 페일그레이, 그래파이트, 로즈핑크가 있습니다.)
실물을 보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건 어두운 곳에서는 화이트처럼 보여도, 밝은 곳에서는 살짝 그레이 느낌이 들어 있는 키캡 색깔입니다. 위 사진이 가장 실물 컬러와 비슷하게 나온 사진입니다.
상판은 어차피 실버라서 맥 쪽의 매직키보드를 연상케 하지만, 키캡은 쨍한 화이트와는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앞서 실물을 보고 왔는데도, 매장 조명이 햇빛 같은 밝기가 아니다 보니 그냥 화이트로 착각했습니다.
사실 와이프가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구매하기도 했는데, 컬러가 마음에 안 든다네요. 이 부분은 실물을 한번 보고 결정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키캡 부분이 화이트는 아니고 옅은 비둘기 색깔? 이런 느낌입니다. 어떻게 이런 오묘한 컬러를 만들어 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텐키리스에 쓸만한 키들은 대부분 들어 있어 꽤 마음에 드는 키 배치입니다. 오른쪽 아래 방향키가 아주 눌려서 한쪽에 박혀 있는 모양새이긴 해도, 이 정도는 작은 컴팩트 키보드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기에 익숙해지면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상단 귀퉁이에 있는 Esc, del 키가 둥글려진 디자인 때문에 반쪽 키캡 같은 모양이 되어 아쉽네요. 저는 두 키 다 자주 사용해서, 일반적인 키캡 모양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습니다.
무게는 재 보니 502g이 나왔습니다. 제조사 공식으로는 506g이던데 제가 구매한 제품은 4g쯤 자체 감량이 되었네요.
가끔 사용하는 K380이랑 비교. K380은 400g대인데 둘을 들어보면 별 차이 안 나는 무게입니다. 크기는 MX 쪽이 더 크네요.
K380도 익숙해지려고 노력 많이 했었는데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둥근 키캡이고, 두 번째는 꽤 높은 키압 때문이었습니다.
둥근 키캡이 오타를 많이 내더군요. 그리고 키압이 높은 편이어서 쉽게 피로감이 느껴졌습니다.
뒷면은 5개의 고무 받침대가 있어서 밀림 현상은 없습니다. 바닥에 잘 잡아줍니다. 따로 배터리 교체 없이 자체 충전식이어서 디자인 자체가 깔끔합니다. 대신에 기본은 로지볼트 미포함이어서 이걸 넣어둘 공간이 없죠.
뒤쪽이 생각보다 높아서 자리에 앉아 손을 얹어 보면 딱 좋은 높이가 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봤던 그 어떤 펜타그래프보다도 높이는 아주 잘 맞네요. 추가로 단계별 조절하는 받침대는 없습니다.
상판의 재질이 알루미늄처럼 보이는데요, 사실은 플라스틱입니다. 도색을 잘 하고, 안쪽에 보강판이 있어서 무게가 느껴져 알루미늄이라 착각하기 쉽겠네요.
편리한 연결성
펑션 1, 2, 3키를 이용해서 기기 전환이 가능합니다. 로지볼트를 사용하면 좀 더 안정감 있게 연결할 수 있겠지만, 블루투스도 버벅임이나 딜레이 같은 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미 K380도 비슷한 안정성이 있어서 이런 부분은 걱정하지도 않았네요. 사실 폰으로 뭔가를 쓸 일이 없어서 폰으로 멀티 연결을 한다기보다는 다른 컴이나 태블릿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겠죠.
로지볼트가 따로 있다는 점은 블루투스 연결이 용이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블루투스로만 연결 되는 키보드와, 따로 수신기 연결이 가능한 기능이 추가로 있는 키보드는 활용도 면에서 천지 차이죠.
저는 다양한 환경에서 작업할 일이 많아서 블루투스, 무선 연결 두 가지 옵션이 다 있는 걸 선호합니다. 원래는 판매할 때 로지볼트가 없어서 따로 구매해야 하지만, 저처럼 로지볼트를 받을 수 있다면 이득이 있는 셈입니다.
별도 구매한다고 해도 12,000원 정도면 살 수 있으니까 연결 편의성을 고려해서 구매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키감은 과연?
전체가 통알루미늄이었다면 좀 더 단단한 키감일 거로 생각되는데요 가격이 그만큼 올라가겠죠. 개인적으로는 지금 키감이 딱 좋습니다. 바닥을 치는 느낌이 덜 하면서 단단히 잡아주기도 해서 꽤 잘 만든 제품으로 보입니다.
펜타 제품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닥 치는 키감은 장시간 타이핑할 때 피로감을 줄 수 있죠. 그런 점에서 MX Keys Mini는 적당히 소프트한 키감이라고 할만합니다.
이게 각 키마다 적용된 시저 구조물 역할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똑같은 펜타그래프라고 해도 제품마다 제각각인 것은, 시저 구조물의 정교함이나 러버시트의 재질 같은 게 영향을 미치죠.
MX 키즈 미니는 제일 최상급의 키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체리 적축이나 저소음 적축을 선호하고, 갈축도 좋아합니다. 청축이나 흑축은 키압이 높아서 치기가 부담스럽더군요.
키감에 대해서 구매 전에 키압이 높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고, 특히 어떤 분은 새끼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서 다시 중고로 팔았다는 분까지 있었습니다. 그 정도면 키압이 정말 높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압 유저라서 구매 전에 고민 많이 했었네요.
그런데 그 정도는 아니더군요. 오히려 저압, 중압, 고압이 있다면 저압과 중압 사이 정도 되는 기키압이었습니다. 키캡이 오목하게 들어간 탓에 일반적인 펜타보다도 키 스트로크가 짧아서 키압이 낮아지는 데 더 영향을 주고 있고, 안쪽의 러버돔 부분도 반발력이 그다지 세지 않고 적당한 편입니다.
힘줘서 끝까지 누르지 않아도 구름타법처럼 사용하면 충분히 키가 눌려집니다. 반발력이 있어서 누르는 힘을 위로 바로 밀어줘서 쉽게 타이핑이 가능하네요.
키캡 부분이 오목한 것 때문에 이 키보드를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누를 때의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키캡 코팅 재질도 소프트 해서 엄청 부드러운 타건이 가능합니다. 자음, 모음을 이어칠 때 중간 걸리는 부분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앞서 MK470 슬림 키보드도 시연해 봤는데 거의 비슷한 키감이면서도 키캡 때문에 그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덕분에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이걸 선택해야겠다고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키감으로는 10점 만점에 10점 줄 수 있겠습니다.
다른 부가 기능들
가장 큰 특징은 백라이트입니다. 이게 조도 센서가 달려 있어서, 주변 밝기에 따라서 조도 변경이 되는데요, 어두운 곳에서는 꽤 잘 쓸 수 있습니다. 밝기 조절도 따로 펑션키에 기능 할당이 되어 있어서 쉽게 조절 가능합니다.
단, 백라이트를 켜면 10일 정도밖에 사용 못합니다. 백라이트를 끄면 5개월 쓸 수 있다고 제조사는 밝히고 있죠. 백라이트 켜고 10일 쓸래, 그냥 5개월 쓸래? 뭐 이런 선택인데, 저처럼 충전 귀찮아 하는 분이라면 그냥 백라이트를 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플로우(FLOW)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플로우를 사용할 수 있는 마우스가 있으면, 이게 마우스를 따라갑니다. A컴에서 커서를 B로 옮기면 키보드도 B컴퓨터에서 쓸 수 있게 되죠. 두 컴퓨터를 오가면서 파일 이동이나 웹 주소 복사 붙여넣기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유용한 기능이어서, 파일을 자주 옮기는 분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단, 키보드 단독으로는 쓸 수 없고, FLOW 지원 마우스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MX 시리즈 마우스나 M720 같은 마우스가 FLOW를 지원합니다.
로지텍 옵션+ (Logitech Options+)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해당 마우스의 메뉴에서 활성화됩니다.
상단 펑션키열은 좀 이상한데요, 기본은 키캡에 있는 부가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게 키 적용이 되어 있죠. 이걸 기본 펑션키로 사용하려면 Fn+Esc 키를 누르거나, 혹은 Options+ 프로그램에서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펑션열이 이상하다고 한 것은 여기에 있습니다. 기본 기능일 때 소리 줄임은 F12, 소리 키움은 Insert 키에 적용되어 있는데, 이걸 기본 펑션키로 바꾸면 소리 줄임은 Fn+F12로 기능하고, 소리 키움은 그냥 Insert 키를 눌러야 합니다. 일관성이 없죠. 처음 설치하고 키 작동이 안 되기에 고장난 줄 알았습니다.
아직 바뀌지 않은 걸 보면 펌웨어로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을 사용자가 인지하고 써야 한다는 게 좀 불편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키캡 폰트가 한영 모두 가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튀지 않는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다른 컬러도 마찬가지로 또렷하지 않음), 독수리 타법을 시연하는 분들에게는 좀 흐릿한 폰트가 신경 쓰일 수 있겠습니다. 백라이트가 들어오면 그나마 나은 편인데, 이게 어중간하게 밝은 곳에서는 백라이트 때문에 더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백라이트가 켜지면 또 다른 단점이 보이는데요, 펑션키의 일부 키에서 아래쪽 폰트 부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밝지 않기 때문이죠. 제 경우는 F4, F10키가 안 보이는 편이네요. 검색해 보니 저 같은 분들이 많아서 이건 그냥 디폴트값인가 봅니다.
[참고: 백라이트 자동 온오프 동영상]
참고로 백라이트는 손이 위에 얹혀지면 자동으로 켜지고, 손을 내리면 자동으로 꺼집니다. 배터리 효율 때문에라도 꽤 좋은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에 꺼지는 장면은 안 나오는데, 손을 떼면 잠시 있다 다시 꺼집니다.
충전은 고속충전을 지원하고, 제가 테스트 해 보니까 20%에서 완충되는데 2시간 전후로 걸리는 걸로 보입니다.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가격인데요, 이게 8만~10만원 정도라면 꽤 수긍할만한 가격일 듯합니다. 지금 판매 중인 정가는 너무 높은 것 같고 할인 행사 때 구매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다른 건 똑같고 배터리 교체식에 백라이트만 빠진 Lite 버전이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입니다.
이 정도 완성도라면 꽤 오래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배터리 충전식일 경우에는 나중에 교체가 쉽지 않죠. 또한 사무실이나 집의 방에서 사용하는 밝은 공간에서는 백라이트가 그렇게 필요가 없으므로, 이런 쪽에서 가격을 맞춘 버전이 나오면 추가로 구매할 의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단점 정리해 봅니다.
장점
뛰어난 조립 완성도
펜타그래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키감
오목한 키캡으로 인한 빠른 속타 가능
충전식이어서 배터리 교체 불필요
센서로 반응하는 백라이트
단점
키캡 폰트가 가늘어서 잘 보이지 않는 편
기본 펑션키로 변경할 때 볼륨 조절 키 적용이 이상해짐
비교적 높은 가격
개인마다 키감에 대해 느끼는 부분이 달라서 이런 부분이 장점이나 단점으로 적용될 수 있겠지만, 저는 아주 좋은 키감으로 느껴집니다.
기계식이나 무접점 키보드를 주로 사용해 왔던 입장에서는 펜타그래프도 이렇게 고급진 키감을 구현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깨닫게 되어 꽤 놀라운 경험이었네요.
컬러별로 수집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인상을 준 키보드입니다. 다른 키보드 모두 버리고 이젠 이것 하나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로지텍의 명기라고 불리는 K810을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MX Keys Mini 키보드가 펜타그래프 끝판왕이 맞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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