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노래방이 유행하기 전에는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가사를 적고 따라 부르고, 또 그 가사를 외우면서 노래를 음미했었다.
그런게 그 노래를 더 빨리 알 수 있게 해서 가사의 내용도 더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헌데 노래방이 생기고부터는 거의 노래들을 외우지 않아서, 요즘엔 가까운 친구라도
휴대폰을 뒤져서전화번호를 찾곤 하는것과 비슷한 상황들이 되어 버렸다.
안 외우고 안 익히며, 심지어 한 번 부르거나 보았던 것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일들이 생긴거다.
얼마 전에 개그콘서트에 임재범의 노래가 나오길래 제목이 뭔지를 몰라서
지식검색에 가수와 노래 앞 부분인 "임재범 어쩜 우린"이라고 썼더니
'개콘에 나왔던 어쩜 우린 노래 가르쳐 주세요'라는 질문이 바로 보였다.
노래 제목은 "너를 위해". 거기에 작사 작곡가, 가사까지 친절하게 누군가가
알려줬다.
덕분에 그 노래가 뭔지도 알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다음에 또 이 노래가 생각나면 이렇게 기억이 안 나고
또 인터넷을 뒤질거라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단순하게 획득한 정보는
이렇듯 쉽게 해답이 되면서 또 쉽게 잊혀져 버린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인터넷을 통해서 찾을 수 있는 편한 세상이지만,
반면에 나는 점점 덜 똑똑해져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판만 두드리면 바로 궁금한 것을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이것은 주판을 계산기가 밀어낸 것과도 비슷하다. 조만간 사람의 기억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로봇들이 분명히 출현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거의 대부분의
일도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로봇들이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무한한 기억력과
주워 담은 지식들을 바탕으로 대단한 슈퍼 샐러리맨이 탄생 될 수 있는 것이다.
업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무선으로 접속된 인터넷으로 알아서 찾아내는 로봇들.
편리한 세상이지만 무서운 세상이기도 한 요즘이어떨 땐얼마나 발전해 나갈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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