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와 밥사기

Posted by gams
2007. 4. 23. 14:41 카테고리 없음
아동기와 유년기 -> 꽤 먹고 살만한 집
청소년기 ->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무척 쪼들리는 생활
대학교 -> 쪼들리지만 안 쪼들리는 척. 무척 힘들었던 시기.
결혼하기 전 -> 직딩 생활로 인해 그런대로 먹고 살만 했지만
여전히 용돈은 하루 3천원

뭐 이런식의 인생 여정을 걸어온 터라 남에게 쉽게 밥을 사 주고
선물을 사 주고 하는 버릇이 나에게는 없다.
심지어 대학 때는 후배들의 집요한 '밥사주세요~' 어택을
기둥 뒤에 숨기, 다른 바쁜 일이 있는 척 빨리 걷기,
멀리 후배들이 없는 다른 단대 식당 가서 밥 먹기 등으로
해결했었다.

직장 생활을 할때도 그닥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들과 친하지 않았었고
회사 일을 마치면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렇다고 집이 편안해서 그렇지는 않았고 여기에는 술을 잘 못먹는다는
생태적 환경도 일조를 한다. 남자는 오로지 '모든 것은 술!'...이 아니겠는가?

그런 연유로.(이유를 설명하는 게 이렇게 길 필요는 없었는데.)
어디서 누구와 밥을 먹든 더치페이가 편하다. 내가 먹은만큼, 혹은 같이 먹은 만큼
균등하게 나눠서 돈내기.
이 방법은 합리적이면서도 자기의 경제적 빈곤함을 잘 숨길 수 있어
내가많이 써 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더치페이를
선호한다니 시대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도 든다.

더치페이를 하지않으면, 요즘은 거의 대부분 내가 돈을 다 내는 편이다.
정말 그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까?
누구를 초대하거나, 만났을 때면 어김없이 내가 계산을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손사래를 치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거나, 혹은
'그럼 다음에는 내가 산다'라는 전제를 깔아 놓지만,
그렇다고 다음에 만나면그 사람에게 내가 돈을 내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

시간이 참 많이 흘러 이제는 언제든 남에게 쉽게 밥을 사 줄 수 있는
입장이 되고 보니, 그때 나를 따라 다녔던 후배들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밥을 사 주고 싶다. 그래서 가끔 그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같이 밥이나 한끼 하지?'하고 흔쾌하고 반갑게 말하고 싶다.
이제는 다 지나간 시간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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