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트맨을 KBS 독립영화관에서 해 주네요.
일하다 잠깐 봐야지 한 게 그만 끝까지 봐 버렸습니다.
배트맨은 영화보다는 오히려 애니메이션이 훨씬 완성도가 높아서,
예전에 TV에서 시리즈로 해 줄 때는 정말 그 어떤 만화보다 재미있더군요.
오늘 방영한 <배트맨: 가면의 환영>은 1993년 영화판이라고 합니다.
왜 독립영화관에서 해 줬는지는 모르겠지만(애니메이션 특집기간이라네요. 요즘이.)
아무튼 배트맨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내용은 역시나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힘든 복수극과 철학적인 대사들이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군요.
여건이 된다면 배트맨 TV시리즈들을 DVD로 모아보고 싶습니다.

이어서 관람한 것은 <소나티네>.
키타노 다케시 감독의 1993년 작품으로, 코미디계의 대부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영화를, 그것도 야쿠자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제가 어릴 때 이곳 부산은 일본 방송의 전파가 들어와서, 우스꽝스런 옷들을 입고
코미디를 하던 그를볼 수 있었습니다. 무슨 말인지도 몰랐는데 모습 자체만으로도
웃음이 터지게 만들던 그였습니다.)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 작품으로 봤던 '돌스' 때문에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던 감독이지만, 소나티네는 전혀 다르게 그를 볼 수 있게
해 주는군요.
이영화를 왜 이제 봤냐고 하면 할 말이 없는데,
가끔은 한참이 지난 영화들을 보는 것이 바쁘고 최신을 쫓는 일상을
잠깐 멈추게 해 주는데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살한 것과 결국 그녀를 만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최악이군요.)
두 영화 다 가슴 아픈 결론이어서 이 새벽에 우울합니다.
잠도 못 잤는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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