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의 동네

Posted by gams
2005. 2. 27. 04:00 카테고리 없음

난 너무 넓은 동네는 싫다.
걸어서 끝까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동네가 좋다.
한 30분쯤 걸으면 될까? 그것도 클까?

그 동네의 끝에는 환한 코스모스와 개나리와 안개꽃이
(이런 게 왜 섞여 있냐고 얘기하지 마라.
이 꽃들은마음 속에 있는거니깐. ㅡㅡ)
가득 있는 부드러운 터가 있어서,
끝에 왔다고 해서 서운할 건 없다.

동네의 가운데는 뜨거운 김을 내뿜는 두부 만드는 집과 간이 판매점이 있고,
자전거를 타고 한가로운 길을 지나는 모자 쓴 아줌마들이 보인다.

가끔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만 과격하게 사람을 내쫓는 게 아닌
'심심하니까 놀러와~' 하는 소리다.
좀 낡은 가게들도 눈에 띄고, 바쁠 것 없이 시간은 항상 동네 아래에 있다.
그리고 길 옆으로는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 수로가 나 있어 사시사철
맑은 물을 볼 수 있다.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집집마다 편지를 한 통씩 넣어주고,
그 편지를 받아쥐고 기쁜 맘으로 그 자리에서 펼쳐보는 어여쁜 아가씨도 보인다.

......

요즘은 너무 글로벌하고 너무 메트로하고 너무 빅하다.

이 속에서 살기엔 너무 개미 같은데... 좀 더 크게 살고 싶다.
그 크게 사는 게 더 넓은 세상으로 간다는 게 아닌 나 자신이 커 보이게 살고 싶은거다.

그래서 사는 게 이런 동네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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