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도플갱어

Posted by gams
2016. 11. 3. 21:27 세상의 모든상식

매일 열심히 일하다 보면 정말 지칠 때가 있어서 이런 때는 누가 나 대신 일 좀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되죠. 저 역시 회사 다니면서, 혹은 자영업 하면서 몸이 여러 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많답니다.  

이런 이야기는 소설이나 영화로 만든 것들도 많아서, 그냥 나만의 생각이 아님을 잘 알 수 있죠. 대표적으로는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나왔던 <아일랜드> 같은 영화에서는 스폰서에게 장기를 제공할 자신과 똑같은 복제 인간이 등장하고, 또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으로 나왔던 <6번째 날>에서도 자신과 똑같은 복제 인간이 자신의 대역 행세를 하며 가족들과 파티를 하게 되죠.


이런 의미에서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닌데요, 이처럼 자신의 분신, 혹은 복제된 인간처럼 같은 시기를 사는 똑같은 다른 사람을 도플갱어라고 합니다. 어원은 원래 독일어 <Doppelgänger>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하네요. 의학적으로는 이 현상을 정신적으로 자신의 모습이나 그 반대되는 모습에 대한 욕구 때문에 환영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정신병 중 하나로도 보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이 도플갱어는 그렇게 좋은 의미가 아니어서, 같은 사람을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는 설도 있었죠. 물론 이런 것은 미신에 가깝지만, 자기와 똑같은 사람을 본다는 기분은 어떨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무척 궁금할 겁니다.


저는 군대 있을 때 저와 거의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났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대대 체육 행사 자리에서였는데요, 원래 멀리 떨어진 각 중대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서 보지 못 하던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날이었죠. 열심히 체육대회 행사를 하고 종목별로 대전을 펼치고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겨우 일병이었기에 고참들과 함께 모여서 밥 준비하는 데 정신이 없었죠. 그런데 고참 중 한 명이 '저기 너랑 똑같은 애가 있다!'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냥 그 고참이 가리키는 곳을 보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체육복마저 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있고 군대였기에 머리도 둘 다 짧고 햇빛에 검게 그을린 모습까지... 정말 제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다른 고참들이 왜 밥 안 먹고 딴 데 가냐고 할 정도로 저랑 똑같은 사람이 서 있더군요.


그런데 그 사람도 저를 보고는 잠깐 멈칫하더니 그냥 자기 할 일을 하는 겁니다. 고참들은 잃어버린 쌍둥이 형이 아니냐며 놀려대는데 순간 머쓱해지기는 했네요. 이처럼 같은 모습의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기보다는 어색한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쌍둥이 형이나 동생을 찾은 게 아닌 이상은 반가운 감정보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더 먼저 찾아오더군요.


아무튼 이 같은 도플갱어에 대한 느낌 때문에 고대로부터 같은 모습의 사람에 대한 안 좋은 얘기들이 떠돌고 있나 봅니다. 유명한 철학자 괴테도 자신이 스물한 살 어린 나이였을 때 자기의 미래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빨리 죽을 줄 알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천수를 누렸다고 할 수 있는 83세까지 장수했다고 하네요. 그러니 이런 얘기들은 그렇게 신빙성 있게 여길 얘기는 아닌가 봅니다. 저만해도 벌써 군대 있을 때 얘기니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군요.





그래도 가끔 생활에 지치고 일에 치일 때는 내 분신이 대역으로 나서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또 번거로운 남을 대해 주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대신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휴식도 하면서 말이죠. 

여러분의 도플갱어는 오늘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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