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항모가 될 수도 있었던 중국 테마파크

Posted by gams
2017. 11. 23. 00:00 밀리터리

중국 광둥성 선전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해상 테마파크가 하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아이들이 사진 찍고 뛰어 놀 수 있는 놀이동산인 셈이죠.



하지만, 땅 위에 놀이기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공간 위에 이 놀이시설이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항공모함 위에 만들어진 것으로, 원래는 구 소련 해군 전력의 한 축을 담당했던 3만7천톤급 키예프급 대형 항모 민스크(Minsk)호였죠.


2000년 9월 중국 광둥성 선전 옌텐항에서 세계 유일의 '항공모함 테마파크'로 운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러시아 항모가 한국으로 왔다가 결국 중국 테마파크가 된 이야기


민스크호는 원래 구 소련에서 고철로 쓰이기 위해 한국으로 팔렸었습니다. 1991년 구 소련이 붕괴되자, 태평양함대의 함선 유지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웠던 러시아는 이들을 다른 나라에 고철로 팔게 됩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구매 의사를 밝힌 곳은 바로 한국으로, 한국의 영유통이라는 회사가 러시아의 하원의원들을 통한 설득 작업으로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을 제치고 항모 구매권을 따내게 되죠.


항모 외에도 다른 대형 함정들을 도입해 총 259척을 가져오고, 이 중에서 34척은 국내에서 해체하였습니다. 당시 영유통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사무실을 둔 단순한 중소 유통회사였는데 말이죠.


참고로 영유통은 지금의 뮤직 네트워크 채널인 M-net을 소유했던 기업으로, 1997년에 외환위기가 오자 제일제당에 M-net을 넘겨주게 됩니다.


민스크호의 판매에 관여한 것은 러시아의 콤파스사였는데, 이들은 퇴역한 군 장성들이 만든 회사였습니다. 영유통은 한국의 국회의원을 통해서 러시아 하원의원을 소개받았고, 다시 이들이 소개한 콤파스사의 임원들은 한국에 판매를 결정하게 됩니다. 


원래는 민스크호만 판매하려 했지만, 같은 모양과 크기의 함이었던 노보로시스크(Novorossiysk)호까지 영유통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는 1993년에 일어났던 대형 화재 때문인데, 어차피 고철이 될 신세였던지라 함께 패키지로 판매를 했던 것이죠.


판매 가격은 민스크호는 당시 환율로 37억원, 노보로시크호는 34억원에 낙찰되어 총 인수 비용이 71억원이었습니다. 당시로서도 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순전히 고철로서의 가치만 생각했던 것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들여 올 F-35A 전투기 한 대의 가격이 1060억원~1200억원 정도라고 본다면 말 그대로 껌값에 항공모함을 가져왔던 것이죠.


하지만, 전략 자산인 항모를 순순히  넘겨주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러시아와 일본의 우파 성향 언론이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함령이 아직 10년 이상이나 남아 있어 현역으로 활용이 가능한 항모를 한국이 구입해 간다면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 때문이었죠.


심지어 일본 NHK는 민스크호 내부까지 취재를 들어가 판매되기 전 내부 상황을 자세히 전했는데요,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 군부까지도 자극하게 됩니다.


판매 전에 가용 가능한 핵심 시설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리 많은 시설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죠. 이런 이유로 민스크호는 정말 고철만 남기고 모든 부분이 폐기 상태로 넘어오게 됩니다. 화재가 있었던 노보로시스크호 역시 다를 바는 없었죠.


실제로 1994년 말에 도입을 완료하기로 되어 있던 게 시설 파괴 기간이 걸리면서 10개월이나 늦어진 셈입니다. 2차 대전을 앞두고 영국의 퇴역항모를 해체하면서 항공모함 건조기술을 습득했던 일본으로서는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였던 것이죠. 


당시 김영삼 정부에서는 이를 막을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진짜 고철이 된 민스크함 등을 민간회사인 영유통을 통해 수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러시아를 출발한 항모들은 콤파스사의 예인선을 통해서 시속 3~4노트의 느린 속도로 항해해 5일만에 1995년 10월 31일 한국 해역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실제 구매 계약을 체결한지 딱 1년 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해체작업에 따른 해상오염 등을 우려한 지역 어민과 환경단체가 어선 40여 척을 동원해 해상시위를 벌이자, 포항 양포항 등지에서 해체를 진행하려 했던 일정을 바꿔 마산항으로 이동하게 되죠.


이런 식으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로 이동을 거듭하다 노보로시스크함은 당시 포항제철에서 해체가 완료되고, 민스크함은 진해 해군기지에 임시 정박하게 됩니다. 


그러다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맞게 되고, 더 이상 시간을 끌며 해체 작업을 시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수입업체는 민스크호를 인도로 되팔게 됩니다.


당시 민스크호는 인도에 고철로 가게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도 계열 미국회사인 GMS사에 넘겨지고 다시 46억원에 중국으로 판매되어, 무기와 엔진 등이 제거된 상태에서 워터월드라는 놀이공원으로 탈바꿈 하게 됩니다.


이 내용이 알려진 게 1998년이었으니 1994년에 한국으로 판매 계약이 맺어진지 4년만에 중국의 손으로 다시 넘어가게 된 것이죠.


민스크호의 매매에 입찰을 했던 33개 업체 중에 중국 업체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한국에 밀려서 구매에 실패했다가 결국은 조금의 웃돈을 주고 사 가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러시아는 2000년에 키예프함도 중국에 매각했는데, 이 항모도 민스크와 마찬가지로 톈진의 해상 테마파크가 되어 있습니다. 항공모함 테마파크라니 정말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군요.


당시 중국은 구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에서 건조 중이던 항모 바랴크함을 공정율 70%인 상태에서 구매하게 됩니다. 공식 목적은 해상 카지노를 만든다는 것이었지만, 그로부터 10년 후 중국 최초의 항모인 랴오닝호로 거듭나게 됩니다.


1995년부터 한국과 러시아 사이의 차관 상환에 대한 목적으로 시작된 불곰사업은 러시아에서 사용되는 많은 군사무기를 한국에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직접적인 무기 도입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군사기술을 전수 받을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있었던 항모의 한국 정박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군사시설은 모두 파괴되어 도입되었지만, 항공기 이착륙을 위한 갑판의 열처리 기술이라든가 기타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당시 조사했던 군관계자들이 획득했다는 얘기도 있죠.


특히 인도로 민스크를 넘겨주기 전 현대중공업에서 역설계를 마쳤다는 연합뉴스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자주국방이라는 기본 명제에 충실했다면 정부의 의지로 해당 항모를 활용할 방법이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중국은 신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항공모함 10척을 보유하기 위해 단계적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이 보유한 11척 항모 전단에 맞설 양적 규모를 늘릴 계획인 것이죠. 현재는 두 대의 항모를 가지고 있으며, 세 번째 함인 002함의 제작이 진행 중입니다. 한국이 수입했던 항모를 가져다 중국의 테마파크로 만들던 것에서, 이제는 자체 건조를 한다고 하니 한국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네요.


중국이 항모 건조로 해양대국이 되려는 걸 보면서, 지금 현재는 독도함에 머물러 있지만 대한민국 해군 또한 새로운 기회로 강군 도약을 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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