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대 넷북이 나와서는 안 되는 이유

Posted by gams
2009. 4. 2. 17:35 Review/Digital

 

EeePC의 첫 모델 700 시리즈에 사용되었던 홍보 이미지

넷북이 대중성을 가지고 처음 Asus에 의해 공개되었을 때(사실 넷북의 원래 시도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컴퓨터의 혜택을 주기 위한 공익 사업의 일환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획기적인 발상 전환에 큰 박수를 보냈었죠. 작은 크기에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격 또한 199$를 내 걸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지금도 생각 나는 게, 그때 처음 Asus의 EeePC가 홍콩, 대만 등지에서 출시되자 우리나라의 몇 몇 얼리어답터들도 이를 공수해서 정보 공유를 했었습니다. 거의 뭐랄까...애플이 처음 iPod을 내 놨을 때의 흥분감이라고 할까요?

하여튼, 이런 Asus의 대중화 노력으로 이제는 넷북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그대로 큰 시장으로 활성화 되었습니다. 소위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메이저 노트북 제조사들은 넷북을 생산하게 되었죠. 넷북의 초기 개념은 이렇습니다. '작고 가볍고 전원 공급이 없는 외부에서도 무선으로 오래 쓸 수 있는 노트북을 만들자.' 즉, 실외에서 간단한 업무를 보거나 인터넷 써핑, 동영상 감상 정도를 긴 시간 할 수 있는 노트북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죠. 

컴퓨터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넷북이 HD급의 무거운 동영상을 돌리거나 멀티 태스킹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겠죠. 대부분의 넷북에 사용되는 아톰 CPU도 하이퍼쓰레딩 기술이 적용된 싱글 코어 CPU  입니다. 그런 층은 알아서 성능이 한결 나은 일반 노트북을 찾을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 넷북 시장의 가장 큰 타겟층은 누굴까요? 바로 여성층과 작아서 들고 다니기 편하겠다고 생각하는 일반 유저층입니다. 일반 유저들은 포토샵 창을 여러 개 띄우거나 인터넷 창을 10개씩 띄워서 사용하지는 않죠. 그들에게는 적당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넷북입니다.

초기 넷북인 EeePC는 처음 출시 가격이 해외 기준 299$ 였습니다. 199$가 이것저것 부품가 상승 등을 이유로 299$가 되었죠. 그때 환율로 따지자면 원화로 약 30만원인 셈입니다. 하지만 2007년 10월에 701 모델이 국내 출시될 때는 이것저것 다시 업그레이드를 핑계로 49만원대에 보급되었습니다. 그때에도 다른 일반 저가 모델 노트북과 거의 가격 차가 없었던 셈입니다.

가격 대비 좋은 평을 받았던 Dell Mini 9. 배터리만 오래갔다면 더 좋았을 모델.

(출처: Dell 홈페이지)


지금 와서 보면 이런 전철을 밟아 최근의 넷북들은 쓸데 없는 기능을 부가하고 가격만 높게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좀 더 이쁘게 만들고 좀 더 큰 LCD를 쓰면서 가격을 높였죠. CPU는 클럭만 조금 올린 동일한 아톰 프로세서 그대로이고 말이죠. 차라리 초기 EeePC의 컨셉으로 가볍고 하드 용량만 늘리고 화면만 키운 모델이 출시된다면 더 큰 호응을 받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면 좀 더 진보한 성능을 보여주는 넷북이 나오든가 말이죠. 그리고 그냥 휴대성을 생각하고 넷북을 구매한다면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오히려 전원선 없이 오래 사용하기 힘든 모델이 많으며(저전력 설계라는 아톰 CPU를 무색하게 만드는 사용 시간을 보이는 제품도 있습니다.), 무게도 생각만큼 가볍지는 않습니다. 제가 IBM의 12인치 노트북인 X60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4셀 배터리 포함 1.4kg 입니다. 넷북이 1kg 을 넘는다면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죠. 그만큼 지금 넷북들은 오히려 처음 개념을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많습니다. 더 무거워지고 배터리 타임도 더 짧아진 이상한 모델들이 추가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오래 가는 배터리, 가벼운 무게, 그러면서도 초기 넷북 수준의 가격입니다. 어차피 성능이야 앞서 말했던 유저 층이라면 어느 정도는 감안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넷북'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CPU 성능은 초기 모델보다 약간 올랐죠.) 더 고급화를 진행해 가격이 거의 80~130만원 수준에 이릅니다. 이것은 환율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넷북이 정체성을 잃고 타겟층 분석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모델을 만들겠다고 해 봤자 넷북의 플랫폼이 그대로인 이상 성능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디자인을 조금 바꾸거나 부수적인 성능만 변경한다고 한들 가격 대비를 생각해 본다면 100만원 가까이 되는 넷북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소니나 후지쯔의 넷북은 100만원이 아니라 가격이 안드로메다를 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있다고는 하지만 제조사들도 넷북의 원래 개념을 다시 생각해서 모델 수만 늘리지 말고 더 가볍고 더 오래 가는 넷북 개발에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다들 유행 따라 한탕해 보겠다고 시장을 이용하는 게 아쉬워 보입니다. 소비자 역시 선택을 현명하게 해서 자기가 실제 원하는 기능이 무엇인지를 알고 거기에 맞는 적합한 가격의 넷북과 노트북을 사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소비자는 시장에 나오는 제품만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지금으로서는 너무 올라 버린 신모델들의 넷북 가격이 한심해만 보일 따름입니다. 넷북을 구매하려고 하신다면, 지금 다나와를 들러서 자신이 원하는 넷북과 비슷한 가격대의 더 성능 좋은 노트북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아니면 과감히 싸고 성능 좋은 넷북을 고르시던가요. 뭐 굳이 자신이 가격과 상관 없이 지르겠다면 이쁘고 비싼 소니의 넷북을 질러도 됩니다. 솔직히 이쁜 건 이쁜거니까요. 제 글의 요지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았던 초기 넷북의 개념을 다시 제조사들이 살려 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런 소비자의 바람이 큰 욕심은 아닐거라 생각됩니다. 설마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에게 100만원짜리 넷북을 보낼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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