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호와 요코스카 해군기지

Posted by gams
2017. 9. 8. 23:55 밀리터리

현재 미국 항모들은 다섯 개의 모항에 배치되어 각각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이 아닌 곳에 있는 모항이 바로 일본 가나가와현에 있는 요코스카항입니다.



요코스카항은 미우라 반도의 끝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지만 수심이 깊은 편이어서 대형 선박의 입출항이 자유로운 곳이기도 하죠. 바로 여기에 오랜 역사를 가진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두고 미국의 항모들이 모항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Yokosuka항에 주둔하고 있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지금도 당연히 일본의 항구 도시 중 하나이지만, 한국의 미군기지 하면 예전엔 용산, 지금은 평택을 떠올리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미군의 해군기지 하면 요코스카, 역시 이런 분위기가 있는 듯하군요.




로널드 레이건호와 요코스카 해군기지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1866년에 에도 막부가 제철소를 세우고, 이어서 메이지 정부가 1871년에 해군 조선소로 개칭하면서 일본 해군의 중심 기지로 성장하였습니다. 특히 해군조선소가 들어서면서 2차대전에 참전한 각종 함선들을 건조하기 시작했었는데요, 그만큼 대형 선박들을 만들고 출항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죠.


(일본의 시나노 항공모함)


여기서 1909년 일본 최초의 전함인 '사츠마'를 건조한 것을 비롯해 유명한 각종 전함과 '시나노' 같은 항공모함이 건조되었습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게 되자 이 해군기지는 미군이 접수하게 됩니다. 인도, 아시아와 태평양 전역을 감시하기에 딱 좋은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었던 것이죠.


(1955년도 항구의 모습)


2차대전이 끝난지 벌써 7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 항구에는 미군 선박들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해군 제 7함대의 주력 모항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해상자위대의 전진 기지이기도 합니다. 2차 대전 이후에 일어났던 각종 지역 분쟁, 특히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때는 병력 지원과 군수 지원항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죠.


(얼마 전 상선과 충돌했던 USS Fitzgerald 이지스 구축함이 Yokosuka항으로 들어오는 모습)


가까운 최근에는 1990년에 일어났던 걸프전에 참전한 함선들이 여기서 지원 병력을 실어 나르고 각종 군수 지원을 했었습니다.


(Yokosuka항에서 수리 중인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Stethem)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따라 현재는 요코스카항이 미군에게 대여되고 있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일본은 중국이 센카쿠열도에 대해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주장하며 무력 공격을 하게 되면, 주둔한 미군의 도움을 받아 즉각적인 방위에 나설 수 있어 미국과 일본이 서로 윈윈 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건조 당시의 모습)


얼마 전까지 요코스카항에 위치한 해군조선소에서 2017년 5월까지 수리와 정비를 했던 CVN-76 도널드 레이건함은 여기서는 가장 큰 함선입니다. CVN-68 니미츠함의 자매함으로, 니미츠급 9번함이며 Northrop Grumman Newport News사에서 건조된 슈퍼캐리어(Supercarrier)입니다. 건조 비용은 미화 45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5조 1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소요되었습니다.




또 다른 니미츠급인 빈슨은 CVN-70으로 레이건함보다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다음이 CVN-77 조지 부시함이죠. CVN은 원자로를 주 동력 기관으로 삼고 있는 원자력 항모를 뜻하는 미 해군의 함종 표시 기호입니다.


이미 이름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항모명을 만들고 있지만, 해군 전력에 보탬이 되는 법안을 발의했거나 추진한 상하원의원의 이름으로 종종 이름짓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하원의원의 이름인 칼빈슨호와 상원의원 이름으로 지은 존 C 스테니스호 등이죠.


(해상 훈련을 마치고 샌디에이고항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


로널드 레이건함은 만재배수량 113,600t에 출력 28만 마력, 그리고 최대속력 30노트 이상의 제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속으로 따지면 56km가 넘는 속도로 이렇게 거대한 배가 움직이는 셈입니다. 이 정도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갑판 위에서 이륙하는 비행기에 양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CVN-76 함상에서 출격 훈련 중인 F/A-18F 슈퍼 호넷 전투기)


전장은 332.9m, 함재기는 모두 56기 이상 탑재되며, 여기에 헬기 15기를 함께 탑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80~90여대가 탑재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CVN-76 함상에서 발진 준비 중인 E-2D Hawkeye 조기경보기)


탑재기로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D 공중조기경보기, EA-6B 전자전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가압수형 원자로 2기와 함께 증기 터빈을 4기 갖추고 있으며 모두 4기의 스크류를 가지고 선체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갑판에는 4기의 증기 캐터펄트가 적용되어 함재기들을 빠르게 이함시킬 수 있죠. 


(필리핀 해역에서의 CVN-76 항모 전단이 작전 중인 모습)


최대병력 수는 6,000명이며, 작전에 참가할 때는 자체 방어용 LA급 원자력 잠수함 1~2척, 그리고 2~3척의 이지스 구축함, 공격형 순양함 등 모두 5~7척 이상의 전단이 같이 움직이게 됩니다. 실제로 웬만한 중소 국가의 전체 군사력을 하나의 항모가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본으로 이동 후 항구에 정박한 모습)


2003년에 취역하였으며, 2011년 9월 17일 제 7함대 소속으로 배치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칼빈슨과 함께 샌디에이고 해군 기지를 모항으로 하다가 조지 워싱턴호를 대신해 Yokosuka 기지를 모항으로 바꿨으며, 2015년 일본에 도착해 지금까지 7함대 제5항모강습단의 기함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E-2D 조기경보기, F/A-18 슈퍼 호넷 등과 함께 해상 작전 중인 모습)


2006년에는 이라크전 이후 지원 작전에 참여해 활약했으며, 최근까지 한미 합동 군사 훈련 등에 참여해 최근 불거진 동북아 정세의 불안함에 대해 힘의 균형 역할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상으로 로널드 레이건호와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초대형 항공모함이 한국 주변에 항상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든든한 지원군의 역할이겠지만, 또 한 편으로는 자주국방의 기초 없이 다른 나라만 믿고 있는 것이 과연 지속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되네요.


이런 항모를 무려 11대씩이나 운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미국의 경제력과 압도적인 군사력을 마냥 부럽게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이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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