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브레인 키보드로 항상 추천되는 큐센 DT35 구입

Posted by gams
2020. 6. 21. 00:36 Review/Digital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키보드는 뭐니뭐니 해도 기계식이죠. 청축의 찰칵거리는 느낌과 타건음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전의 멤브레인 키보드와의 차별점과 키감 때문에 많이 사용하는 듯합니다.



저는 청축보다는 적축이나 갈축을 선호해서, 많이 가지고 있는 제품들 중에서 청축은 하나도 없네요. 그리고 무접점도 노뿌 제품들이 들어오면서 가격이 낮아져 예전의 '비싼 무접점!' 이런 공식은 좀 깨진 듯합니다.


이걸 써 보면 이게 좋은 듯해도 또 손가락이 다른 걸 찾고 있고, 그 다음 걸 쓰다 보면 아쉬움에 또 다른 제품을 사곤 하네요. 오늘은 이러다가 구입한 큐센 DT35를 가져왔습니다. DT35야 프로게이머들이 스타용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입소문이 났었죠.


지금은 제조사가 다르고 제품 자체도 달라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봐야 합니다. 예전 건 구디티, 지금 제품은 신디티라고 부르고 있죠. 신디티는 예전의 무겁고 단단한 느낌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네요. 그럼 멤브레인 키보드로 항상 추천되는 큐센의 DT35, 어떤 구매 포인트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멤브레인 키보드 큐센 DT35 어떤 점이 좋을까?


제품에는 예전처럼 키스킨이 포함된 게 아니어서 따로 실리콘 키스킨을 구매했습니다. 가격이 1,340원이어서 그냥 더해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DT35는 12,540원에 구매했습니다. 그래서 택배비는 제외하고 총 13,880원이 들었네요. 다른 걸 구매하면서 카드 할인 등을 받았으니 좀 더 낮은 가격에 샀을 겁니다. 


15,000원이 안 되는 가격에서 이 정도 퀄리티 키보드를 얻기는 쉽지 않은데, 막상 받아보니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확한 제품명은 QSENN SEM-DT35 NEW 입니다. 블랙과 화이트가 있으며 저는 화이트를 샀습니다.



박스는 유광의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전면에 게이머즈 에디션이라고 되어 있는데, 최다 동시입력이 16키까지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다는군요. 저는 동시 키입력이 중요한 게임을 해 보질 않아서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포장에 윈도우7과 윈도우8까지 있는데 윈도우10이 없는 걸 보면 박스 디자인이 아주 예전에 이뤄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윈도우10도 잘 호환됩니다.



뒷면에 좀 더 자세한 특징들이 적혀 있습니다. FPS 게임에 특화되어 있고, 인체공학적인 키배열을 선택했다고 나와 있네요. 


키보드 사양은 106키에 무게가 745g, 사이즈는 469*167*45(mm), 케이블 길이가 1.8m라고 되어 있습니다. 제가 구매한 건 USB 인터페이스로, PS2도 현재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일체형 러버돔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일체형일 때 타이핑시 흔들림이 적은 편이죠.


제조사는 (주)필로텍시스템으로, 큐센 제품들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DT35의 제조사 변천사를 참고로 살펴 보면

삼성전기 -> 지피전자 -> 블레스정보통신 -> 필로텍시스템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삼성전기의 키보드 마우스 사업부가 따로 분사하면서 지피전자로 이름을 바꾸고 여기서 계속 삼성전기가 만들던 제품을 큐센 브랜드로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2015년경 지피전자는 부도가 나면서 회사가 문을 닫았으며, 이어서 큐센 브랜드를 유통하던 블레스정보통신에서 따로 자사의 지오 브랜드를 통해 DT35와 같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ZIO-DT35를 제조, 유통하게 됩니다.


이때 큐센 브랜드는 인수하지 않았는데, 이 큐센 브랜드를 살려서 계속 이어받은 회사가 바로 필로텍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시중에 신디티 DT35로 나오는 제품은 모두 필로텍시스템에서 제조하고 있죠. 현재 시중에는 ZIO-DT35는 더 이상 유통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구매한 제품 박스에 보면 판매자는 (주)큐센으로 되어 있는데, 아마도 필로텍시스템에서 제조와 유통사를 분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스는 따로 밀봉된 형태는 아닙니다. 요즘 대부분 국산 키보드들은 이렇게 밀봉이 아닌 상태가 많더군요.



박스를 열면 짜잔~! 비닐 한 장에 싸여 있는 본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얀 게 예쁘네요. 만원 대의 멤브에게 다른 부속은 사치일 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고 딱 본체만 들어 있습니다. 기대는 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장난감 같아서 한 번 더 놀라고 있습니다.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게 보이시나요?



뒷면은 원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받아서 휑한 편입니다. 조금 고급으로 가면 뒷판에 무게를 더하기 위해서라도 판이 꽉 차 있는데, 가운데 부분을 움푹 파서 플라스틱을 덜 먹게 만들었네요. 삼성전기 때 제품도 이렇게 생겼습니다.



나름 배수 홀도 있고 고무지지대는 아래쪽에 2개 고정되어 있습니다. 물을 쏟았을 때 털어서 쓰는 생활방수 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높낮이 조절은 빡빡하게 여닫히고 1단으로만 되어 있는데 끝에 고무 지지대가 없네요. 덕분에 책상 위에서 잘 밀립니다. 



제조 라벨에는 모델명이 SEM-DT35라는 것과 제조자가 (주)필로텍시스템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마데인 차이나로 실제 제조 공장이 어딘지는 표기되어 있지 않네요.



스텝스컬쳐 적용이 되어 있다고 홍보 컷에는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보면 아주 약한 기울어짐입니다. 일반적인 기계식의 스텝스컬쳐2보다 약하게 굴곡이 있는 듯 보입니다. 


위 스샷 오른쪽 끝 본체 하단에 보면 손목받침대를 연결할 수 있는 홈이 남아 있는데, 현재는 손목받침대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따로 판매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런 건 예전의 지금 원가 절감 하기 전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위쪽 큐센 로고가 있는 곳 확대 샷입니다.



키캡 인쇄 부분 확인용 확대 샷입니다. 까슬까슬하게 키캡 윗부분은 가공되어 있으며, 레이저 각인으로 되어 있기에 키캡 지워짐 현상은 없을 걸로 보입니다. 사실, 이 키캡은 저가인 걸 인정하더라도 너무 장난감 같은 비주얼입니다. 


촉감이 나쁜 건 아닌데,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 아이들 장난감으로 나온 키보드처럼 뭔가 가벼움이 느껴집니다. 실제 무게도 그렇게 무거운 편은 아닙니다. 폰트 인쇄는 어두운 곳에서도 아주 선명한 편이네요. 대신 폰트 크기가 좀 작은 편입니다.



USB 단자 끝 부분은 그냥 일반 은색 단자로 되어 있습니다. 도금이라든가, 노이즈 필터 같은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하겠죠. 역시 가격이 가격인지라.



앞서 얘기했던 실리콘 키커버를 씌우면 착! 달라붙어서 그 느낌이 좋습니다. 예전에 보던 우레탄 키커버 같은 경우는 그냥 덮개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실리콘은 말 그대로 키스킨이네요. 전체적으로 잘 밀착되고 씌워서 쓸 때 움직임도 없습니다. 



옆쪽은 커버하지 않고 딱 상단부까지만 덮어줍니다. 씌웠을 때와 안 그랬을 때의 키감이 아주 달라지므로, 이건 취향에 따라서 쓰면 될 것 같습니다. 


키커버 잘 안 쓰는 분이라고 해도 가격이 얼마 안 하니까 주문할 때 같이 살 수 있는 곳에서 함께 구매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먼지 앉는 것도 막아주죠.



오른쪽 상단부 모습입니다. 게이밍을 강조하기 위해서 총을 그려 넣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냥 클래식하게 예전 단순한 모습으로 하면 좋았을 것 같네요. 키스킨 부분도 인디케이터 부분은 빼고 덮어줍니다. 



인디케이터는 파란색 LED로 들어옵니다. 광량이 밝은 편이고 특이하게 스크롤락 부분이 윈도키 잠금 여부도 알려줘서 3가지 색으로 변합니다. 지금은 스크롤락이 켜진 상태군요.



스크롤락은 꺼져있고 윈도키 잠금이 되어 있으면 빨간색이 됩니다.



만약 스크롤락과 윈도 잠금키가 다 같이 켜져 있으면 보라색으로 보입니다. 저가형에서 이 정도까지 표시등에 신경 써 준다는 건 대단하네요.





키캡을 하나 뽑아보니 안쪽 모양과 멤브 시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한번 비교를 하겠지만, DT45와 키캡이 호환되지는 않습니다. 나무위키에는 DT35가 살짝 윤활되어 있다고 하는데, 스테빌라이저가 있는 키들만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이스키를 뽑아 보니 스테빌라이저와 지지대 쪽에 구리스가 다량 발려져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스페이스키를 눌렀을 때 철심 소리나 찰랑찰랑 하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네요.



위에서 내려다 보면 키캡 위쪽 측면의 마감이 덜 된 돌기 부분이 보입니다. 저가형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아쉽기는 하네요. 레이저 각인도 미흡한 부분들이 보이네요.



하단열은 따로 오른쪽에 윈도잠금키까지 넣다 보니 스페이스 키가 짧아졌습니다. 사용하기 불편하지는 않은데, 일반적인 키 배열은 아니네요.



그냥 키스킨 없이 두드려 봤을 때는 살짝 키캡 흔들림도 느껴지고 타건 소음도 있습니다. 물론 기계식의 소음에 비할 바는 아니고, 가벼운 타건음이어서 사무실 등에서 쓰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키스킨 없을 때는 가벼운 키압입니다. 체리 적축 키압과 비슷하거나 좀 더 무겁다고 느껴지네요. 바닥을 때릴 때 멤브 시트 덕분에 충격이 전해지지 않아서 무척 부드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멤브 키보드를 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기계식보다 부드럽게 잘 쳐지네요. 키스킨이 있을 때는 키압이 그만큼 더 높아집니다.


계속 글을 쓰면서 느낀 단점은 키캡입니다. 연속으로 칠 때 살짝 살짝 느껴지는 흔들림, 구형 디자인의 높이, 싼티 나는 재질 등이 신경 쓰이네요. 따로 키압이나 그런 점은 괜찮은 편입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런 단점만 수정한다면 정말 더 좋은 키보드가 될 수 있겠죠. 


키캡 흔들림은 키스킨을 끼우면 많이 해결됩니다. 흔들림을 잘 잡아주죠. 그리고 끼우는 순간 키감은 전혀 달라집니다. 이전에는 부드럽게 자갈을 굴리는 소리로 키를 쳤다면, 키스킨을 씌워서 치면 쫀쫀해지면서 진짜 무접점 같은 도각도각 느낌이 납니다.


누가 사용기에 '엄청난 키감! 무접점이 느껴진다! 가진 키보드 다 팔기로 했다!'라고도 썼던데 감탄할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접점의 향이 느껴지는군요. 저는 앱코의 노뿌 무접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과 비교해서 많이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고 꽤 좋은 키감이라고 할 만합니다. 


키스킨 유무와 상관없이 전체적으로는 왜 DT35를 찾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안정감 있는 키감과 타건감을 보여줍니다. 이건 기계식 좋아하는 분이라도 반드시 하나쯤 있어야 하는 필수품 정도일 듯하네요.



저도 구매 전에는 기대도 하고 궁금함도 있었는데, 막상 와서 쳐 보니까 그런 기대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거기 더한 장점이 확 와 닿습니다. 



익숙해지면 정말 다른 키보드는 다 제껴 놓고 계속 이것만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특히 키스킨을 끼웠을 때의 안정감 있고 조용한 타건감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동안 멤브레인을 등한시 했던 게 미안해 질 정도네요. 원래는 멤브를 더 좋아했었는데, 워낙 기계식이 저렴하게 나오다 보니 선뜻 손이 안 갔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좀 눈을 돌려서 이런 국산 브랜드의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급진 키감을 자랑하는 제품들도 사용해 봐야겠습니다. 혹시 멤브레인 키보드로 추천하는 큐센의 DT35가 궁금하셨다면 제 글에서 어느 정도 감을 잡으시고, 그리 비싼 제품이 아니니까 한번 접해 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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