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멀티미디어 키보드 SDM-8100P

Posted by gams
2009. 1. 3. 20:03 Review/Digital


키보드 욕심은 참 많은 편이다.
직업상 워낙에 글을 많이 쓰다 보니, 키보드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흔히 키보드를 많이 쓰면 기계식을 사라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기계식은 아론 밖에 써 보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느낌도 느낌이지만
그 '다다다닥!!!' 하는 소리가 꽤 시끄러운 편이라 내심 그렇게 끌리지가 않는다.
넌클릭은 소리가 작다고 하는데, 굳이 비싸게 돈을 들여서 사고는 기계식의 그 달각거리는
느낌을 빼는 것도 아쉬워 보인다.
(무엇보다 좀 쓸만 하다 싶으면 10만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최근까지는 노트북 키보드 방식인 펜타그라프 방식의 키보드도 썼는데
이것의 단점은 누른 느낌이 탁 걸린다고 해야 하나, 쭉 누르는 느낌이 없어
키보드라기 보다는 판에 대고 두드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손가락에 걸리는 키압은 낮은 편이나 두드리는 재미가 없다.


해서, 새로 키보드를 사자하고 본 게 수십 가지 중 이 멀티미디어 키보드이다.
이번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판단 기준은
첫째, 마우스와 키보드 사이 거리가 있으면 꽤 어깨가 아파온다는 사실을 알아서
키보드의 폭은 좁을 것.
그리고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표준 키보드에 가까울 것.
셋째, 가장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음소거 기능이 있을 것 등이었다.
음소거 기능은 갑자기 전화가 올때나 갑자기 음이 커질 때를 대비해서 꼭 필요한 기능이다.
스피커에 달려 있는 볼륨보다 키보드의 스위치가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

이 세 가지를 만족시키는 키보드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래도 국민 키보드라고 하는
삼성 멤브레인 키보드, 여기에 멀티미디어 키가 달린 이 모델이 가장 근접해서 구매했다.
멤브레인 방식은 뻑뻑한 느낌 때문에 거의 안 쓰다가, 예전에 한 번 마트에 가서 삼성 키보드를
두드려 보니 꽤 괜찮은 느낌이 있어, 여러 번 놀러갈 때마다 두드려 보고는
후회 없이 질러주셨다.
이마트에서 15,000원을 주고 구매. 온라인에서는 만원을 조금 넘는 가격에 팔고 있던데
택배비를 포함하면 비슷한 수준이라 그냥 샀다.

이 키보드의 첫 느낌은 싸 보이지 않는다는 점. 15,000원은 훨씬 넘게 할 것 같은
구성과 외양이 일단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키감. 뻑뻑하다는 다나와의 일부 사용자 말에 약간
의심을 했지만, 직접 매장에서 쳐 보니 나쁘지 않아 지금 근 한 달 가까이 사용하고 보니
쓰면 쓸수록 더 부드러운 것 같다. 그리고 키가 정확하게 입력된다.
펜터그라프 방식의 경우 계속 쓰다 보면 키가 잘 안 눌리는 키도 생기고 하는데
이 키보드는 그런 점에서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아직 사용하면서 누른 뒤 오타가 난 적은 거의 없다.


멀티미디어 기능도 요긴하다. 유저 키가 2개 있어 여기에 메모장이나 워드를 연결해 놓으면
필요할 때 바로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음소거와 음량 조절, CD플레이어 열기 닫기, 익스플로러, 아웃룩
등을 바로 사용하는 단축키도 쓸 만하다.
가장 오른쪽 위에 있는 전원 관리 키는, 자신의 전원 관리 설정에서 최대 절전 등을 설정해 놓으면
매번 끌 때마다 현재 상태를 그대로 저장시켜서 끌 수 있어 오프 기능보다 훨씬 유용하다.

예전 80, 90년대에 사용하던 표준 키보드들이 그때는 지루하고 꽤 없어 보이더니,
지금은 오히려 그런 노말한 모양이 더 멋져 보인다. 이 키보드도 일부 키들이 회색으로 되어 있어
순수 화이트나 블랙으로 된 녀석보다는 예쁘다. 회색이 좀 더 짙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도 훨씬 변화감 있고 예뻐 보여서 쓰는데 지루하지 않다.
난 키스킨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키스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키스킨을 씌우면 키감이 확 달라지는데,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상태를 오래 유지 하고 싶다면
키스킨이 있는 모델이 없는 모델보다는 나을 터.
이 모델은 키스킨이 아주 딱 제 크기에 맞게 재단되어 있어 키스킨을 씌우고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다.
간혹 헐렁거리는 키스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키스킨을 벗기고 쓰는 모델도 있는데,
이 모델은 키스킨을 씌우고 사용하고자 하는 이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키감은 내가 딱 좋아하는 정도이다. 오래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손가락이 아픈 경우도 있는데,
이 키보드는 키압이 낮아서 손가락이 피곤해 지지 않는다. 그리고 멤브레인 특유의 부드러운 키감도
한 몫을 해서 누를 때 깊이 눌러지면서도 어색하지 않고 부드럽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방향키의 위치가 표준 키보드들 보다 좀 아래에 있다는 점.
그리고 Dell 키와 홈, 엔드 키 등이 약간 다른 위치에 있어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근 한 달간의 사용 결과로는 이제 익숙해져 그런 단점은 별 상관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SDM-8100P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돈 들여서 한 몇 개 사 놓고 싶은 키보드다.
경험상 플라스틱은 오래 놔 두면 경화가 생기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나중에 가면
변화가 생겨 처음 그 느낌이 나지는 않아 쉽게 그러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내가 산 키보드 중에서 가장 만족감이 좋은 키보드다.
가격 대비해서도 그렇고 가격을 빼고서도 그렇다.


제조는 '동관초열전자유한공사', 판매자는 '지피전자', AS는 시머스전자에서 담당한다.
지피전자가 만든 최근 모델은 다 큐센 마크가 찍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행히 내가 산 버전에는 SAMSUNG 마크가 왼쪽에 찍혀 있다.

나처럼 키보드를 오래 사용하고, 또 키보드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면 이 키보드를 권하고 싶다.
정말 후회 없이 깔끔하게 잘 만든 멀티미디어 키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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