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 온 아파트에서 2년쯤 지나니 이제 주방에서 남의 집 음식 냄새들이 들어옵니다.
이게 그냥 모를 때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나는 고등어를 굽지도 않았는데 생선구이집에 온 것 같고, 김치찌개를 끓이지도 않았는데 김치찌개 맛집처럼 느껴지면 정말 답이 없더군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아랫집 주방 후드의 팬을 사용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이런 냄새가 올라오는 걸 보면 중간 통로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냄새가 우리 집으로 오는 거라 추측됩니다.
그래서 폭풍 검색으로 힘펠 전동댐퍼가 있다는 걸 알고 구입했네요. 설치는 무려 5만 원 넘는 돈이 든다고 해서 직접 설치해 보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잘 설치했습니다.
힘펠 주방 전동댐퍼를 직접 셀프로 설치한 후기를 아래 적어봅니다. 절대 업체 협찬 없이 내 돈 주고 산 제품이네요.
힘펠 주방 전동댐퍼 셀프로 설치하기
먼저 저는 완전 *손 중의 *손임을 밝혀 둡니다. 커뮤니티에서 가끔 보면 마우스 더블클릭이 풀려서 직접 납땜으로 스위치 교체를 한다는데 그런 것 전혀 할 줄 모릅니다.
그냥 형광등 갈아끼우기, 이케아 제품 조립 정도만 할 줄 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도 제가 할 정도면 이건 선풍기 망 떼 내고 날개 청소하는 수준 정도라고 보면 되겠죠.
그리고 구매 전에 미리 실리콘으로 된 수동댐퍼(?)도 봤었는데 그냥 전동이 더 강력하게 냄새를 막아줄 것 같아서 힘펠 제품으로 구매했습니다.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실리콘 댐퍼는 가격도 2만원 전후로 싸니까 도전정신으로 구매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환기구 구멍을 안 쓸 때 막는다는 원리는 같습니다.
저 역시 실리콘 제품을 사서 해 보고 안 되면 전동으로 가자! 이랬다가 괜히 이중 일 하기 싫어서 바로 전동으로 구매했네요.
참고로 모델명은 JMD-125H이고 가격은 최저가 57,000원 정도입니다. 저는 이것저것 쿠폰 등 할인 먹여서 배송비 포함 47,000원 정도에 구매했습니다.
JMD-100H가 있고 JMD-125H가 있는데, 숫자가 환기구 지름을 뜻합니다. 환기구의 왼쪽에서 오른쪽을 자로 재 봐서 일단 120미리 근접한다면 125H 제품을 구매하면 됩니다. 125H의 전기사용량은 40W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저는 최근 지어진 아파트인데, 사진 스샷처럼 되어 있는 주방후드라면 대부분 구경이 큰 125미리일 겁니다. 그래도 꼭 재어보거나 호환 제품을 제조사에 물어보고 구매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주방후드 모델명은 하츠의 MCH-90S입니다. 이걸로 검색해 보시거나 비슷한 제품이면 제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일단 후드 구조가 비슷해야 설치하실 때 참고가 되겠죠. 잘 모르지만 요즘 주방후드들은 구조가 비슷할 겁니다.
그럼 설치 들어갑니다. 잘 따라오세요.
준비물: 전동댐퍼, 십자드라이버, 난연성 알루미늄 테이프, 가위, 작업장갑
알루미늄 테이프는 나중에 상단 주름관과 댐퍼 상단, 그리고 댐퍼 하단과 후드의 배기구 부분을 서로 연결할 때 쓸 겁니다. 길 필요는 없고 한 번씩 두를 정도만 되면 됩니다.
1. 상단 커버 옆쪽에 나사가 3개 있는데 좌우 양쪽 다 풀어줍니다. 다른 구조라면 해당 후드 해체 방법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2. 덮개를 아래쪽 기스를 조심하면서 살살 벗겨내면 위 사진과 같은 모습이 드러납니다. 상단의 상부장 부분도 연 모습입니다.
3. 먼저 콘센트의 전원을 뽑아줍니다. 최근 집들은 자동식 소화기가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는데, 절대 소화기 전원을 뽑으면 안 됩니다.
4. 검은색 단자함을 열어서 이제 전동 댐퍼와 연결해야 합니다. 앞쪽 나사 2개를 풀어주면 사진처럼 쉽게 열립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작은 검정색 박스가 연결할 콘덴서입니다.
5. 이제 콘덴서 연결하는 방법입니다. 아주 쉽습니다. 제조사 설명서에는 위와 같이 결선도가 나와 있습니다.
이건 원래 기동 콘덴서의 모습입니다. 흰 선이 연결된 단자(암) 하나는 왼쪽에, 분홍색 전선이 연결된 또 다른 단자(암)는 오른쪽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제 이걸 빼고 댐퍼에 달린 암수 단자를 연결할 차례입니다.
기동 콘덴서에 2개 단자: AB(암)
전동댐퍼에 4개 단자: CD(암) / EF(수)
위 순서대로 결선도를 제가 다시 덧붙여 그린 모습입니다. 흰색 선은 흰색 선끼리, 기존의 분홍색 선은 검정색 선과 연결하면 됩니다.
사진으로 쉽게 설명하면
- 원래 렌지 후드의 기동 콘덴서에 꽂혀 있던 AB단자(암) 2개를 좌우로 살살 힘주면서 위로 빼냅니다.
- 그리고 댐퍼에 달려 있는 CD단자(암) 2개를 뺀 자리에 꼽아줍니다. 흰색은 흰색 자리에 꼽으면 되고 검정색은 분홍색 선 자리에 꼽아주면 됩니다.
- 마지막으로 댐퍼에 달려 있는 남은 EF단자(수) 2개는 앞에 기동 콘덴서에서 뺐던 AB단자(암)와 흰-흰, 검정-분홍 전선 색깔에 맞게 연결하면 됩니다.
보면 딱 연결할 부위가 보일 겁니다. 암 단자와 수단자가 서로 연결된다는 것만 기억하면 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7. 연결이 끝나면 아까 뽑았던 전원 선을 다시 연결하고 후드의 팬 스위치를 눌러서 댐퍼 안쪽의 날개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합니다.
위는 작동 동영상입니다. 영상에서는 다시 버튼을 눌러서 껐을 때 날개가 원래대로 전환되는 속도가 느린데, 처음 연결한 것이어서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되지 않아 생긴 현상입니다.
설치 후 30분쯤 지나서 작동시켰을 때는 빠르게 원복 되었습니다.
8. 이제 연결된 주름관의 서스 밴드에 있는 나사를 풀고 위로 살짝 들어 올려주세요.,
9. 안쪽에 플라스틱 날개 2개가 보이는데요, 이걸 위로 올려서 힘을 주고 빼 버립니다. 나중에 전동 댐퍼에 달린 날개와 서로 간섭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주름관을 바로 뺐을 때 날개 하나가 수직으로 서 있더군요. 아마도 오래 사용해서 기름의 끈적임 때문에 날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냄새가 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날개가 정상 작동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냄새를 거를 수 있으니, 혹시 댐퍼를 달지는 않을 생각으로 분해만 했다면 깨끗하게 잘 닦아서 새로 설치해 주세요.
전동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냄새를 잡아줄 수 있을 겁니다.
10. 주름관이 빠진 자리에 JMD-125H를 끼워줍니다. 사진처럼 겉에서 봤을 때 사양 스티커가 거꾸로 되도록 연결하면 됩니다. 위쪽에는 다시 주름관을 이어주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고 테이프를 바르기 전에 한번 더 작동 상태를 확인합니다. 앞쪽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정상 작동하는 상태입니다.
11. 아래쪽 단자함에는 연결한 콘덴서를 다른 전선과 함께 잘 정리해서 넣고 뚜껑을 닫아줍니다.
12. 주름관과 연결된 댐퍼 위쪽을 알루미늄 테이프로 고정시키고 서스 밴드를 이용해 나사로 잘 고정해 줍니다. 이때 주름관이 손상되지 않게 주의합니다.
13. 아래쪽도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테이프로 잘 고정합니다. 밖에서 나사를 이용해 고정시키라고 되어 있는데 나사도 없고 해서 그냥 알루미늄 테이프로만 접합했습니다. 위에서 눌러주는 것이어서 단단히 잘 고정되었습니다.
14. 이제 30분 뒤에 시험가동을 해 봅니다. 평소에는 연결된 전기로 배터리 충전을 하고, 이걸 이용해 날개를 움직이는 것이므로 충전을 충분히 한 다음에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작동이 잘 된다면 떼 내었던 커버를 역순으로 조립하고 마무리합니다. 끝.
냄새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서 다는 게 댐퍼 종류입니다. 이게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물리적으로 부속품인 날개가 손상되는 경우에는 다른 집 냄새가 다시 역류하게 되죠.
이런 때 필요한 게 바로 전동댐퍼입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 정말 왜 설치하지 않았는지 후회될 정도로 냄새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예전과 비교해 보면 1도 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가끔 바람 때문에 후드에서 발생하는 '쿵! 쿵!' 하는 역풍 소리도 안 나네요.
덕분에 음식 냄새 없는 주방에 100% 만족하고 있습니다. 속이 후련하네요.
이사 갈 때는 그냥 놔 두고 가겠지만, 새로 이사갈 집에도 음식 냄새가 난다면 설치할 생각입니다.
욕실 천정에도 힘펠 환풍기가 달려 있던데 혹시나 담배 등의 잡냄새가 난다면 욕실용 댐퍼를 추가로 설치할까 합니다.
힘펠 주방 전동댐퍼를 직접 셀프로 설치하고 싶은 분이라면 위 내용을 잘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처럼 오래 고민하지 마시고 꼭 달라고 권해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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