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고 왔다.
생각이 많고 머리가 어지럽거나 하면 샤워를 한다.
아침에 혹은 저녁때 꼭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낮에, 아니면 새벽에도 곧잘 한다.
좀 전에는 샤워하다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지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뭐. 글 솜씨가 모자라서
아직은 생각만 하는 중이다.
거품 타올에 거품기에서 나온 비누 '거품'을 잔뜩 묻히고
쓱쓱 닦아내면 기분이 좋아진다.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워 몸을 담굴까도 생각했는데
아..
그러면 물 아깝다..
샤워하고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터니까 머리털이 많이 빠진다.
얘들은 작정을 하고 있다가 수건이 닿으면 성냥곽에 성냥을 그어
불이 붙듯이 화르르 떨어져 버려 대책도 없다.
오래 된 건물 벽의 페인트가 일어나서 벗겨져 버리는 것은
긁어내지 않고는 새로 칠할 수 없는 것 처럼.
그래도 거울 보면서 아직 검게 남아있는 다른 머리칼을 보면 다소 진정은 된다.
대머리는 안 되겠지..설마.
물기를 다 닦은 다음에 체중계에 올랐다.
음..좀 쪘네. 다행.
그래도 화장실 한 번 가거나, 밤샘을 하거나, 식사를 한끼 거르면
중량은 들쑥날쑥이다. 마음에 안 든다.
샤워하고 난 다음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어제 산 도너츠와
함께 먹었다. 요구르트도 하나 가져왔다.
이건 다 먹고 난 다음에 후식용이다. 음..도너츠의 후식은 요구르트.
아무튼 하고 싶던 말은 '샤워 후엔 찬 우유가 제격이다.' 라는 것이었다.
싱겁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