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신예 항공모함에 윈도우XP가 탑재된 이유

Posted by gams
2017. 7. 19. 07:58 밀리터리


현재 항공모함 강국은 단연 미국입니다. 미국의 항공모함 기술과 전력은 다른 나라들이 따라 잡지 못할 정도로 발전해 있으며, 여기에 중국이 해양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겨우 2대의 초보적인 항공모함을 건조해 미국 따라 잡기에 나서고 있죠.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함)


하지만, 미국과 대등하게 항공모함 전력을 만들고 해양군사력 부분에서 최강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이죠. 오늘은 이 영국의 신형 항공모함에 윈도우XP가 탑재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영국은 이미 2차대전 당시에 미국 26척, 일본 16척에 이어 8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봐도 그 규모가 대단한 23,450톤급 임플라케이블함(Implacable) 인디패티케이블함을 건조했었고, 이들 외에도 경항모와 호위항모, 그리고 상선을 개조한 항모까지 수십 척의 항모 전단을 보유하고 있었죠.

(1952년에 촬영된 임플라케이블함)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에 윈도우XP가 탑재된 이유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의 경제력은 조금씩 하락하게 되었고, 상당한 유지 비용이 들어가는 항모는 분해해서 다른 나라에 판매하거나 폐기 하는 등의 정책으로 경항모인 아크 로열함(Ark Royal)까지 퇴역시키게 되었습니다. 아크 로열함은 안타깝게도 폐기 처분이 내려져 2011년에 터키 Leyal Ship Recycling사에 판매되었습니다. 역시 같은 쌍둥이함인 일러스트리우스함(Illustrious)도 2014년에 해체되어 2016년 12월에 터키로 판매되었습니다.

(현역 시절 항구에 정박 중인 아크 로열함)


이후 인빈서블급 경항모 3척을 건조해서 운용하였지만, 실전에서 부족한 점들이 많이 노출되면서 다시 대형항모 건조의 필요성을 불러오게 되죠. 현재 영국은 2017년 기준 GFP(Global Fire Power)가 발표한 세계군사력 순위에서 중국과 인도, 그리고 프랑스에도 뒤처지는 6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GFP 2017 세계군사력 순위)


이렇게 해서 완성 건조된 최신예 항공모함이 바로 얼마 전 6월 6일에 시범운항을 시작한 HMS  엘리자베스함(HMS Queen Elizabeth)입니다. 이름만 봐도 영국이 얼마나 새로운 항모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죠. 완성 단계에서의 건조 비용은 총 30억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약 4조 4천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으로 만재시 배수량 72,000톤급 대형 항모입니다.

(영국 해군의 퀸 엘리자베스함 공식 홈페이지)


여기 장착된 롤스로이스사의 가스터빈 엔진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구급 호위함 3척에도 그 기술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최신함인 줌왈트급 함선에도 같은 엔진이 운용되고 있죠. 탑재할 수 있는 전투기는 약 40대로, 최신 F-35B Lightning II 기종이 대잠 헬기 등과 함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4년 7월에 명명식이 있었으며, 당시 영국 해군은 대대적인 행사를 통해 다시금 새로운 해양 제국으로서의 면모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바로 이 퀸 엘리자베스함에 윈도우 XP가 탑재되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네요.




퀸 엘리자베스함을 발주할 당시는 2004년으로, 이때는 여전히 윈도우XP가 사용되고 있었지만, 실전 배치된 지금 상황에서는 보안상의 문제 등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운영체계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건조 당시의 퀸엘리자베스함 모습)


실제로 항모 안의 일부 IT 기기들이 이 윈도우XP의 컨트롤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영국 언론은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네요. 모든 PC가 윈도우XP인지에 대한 부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항모 건조에 많은 시간이 걸렸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영국의 심각한 경제난입니다. 이미 캐머런 총리 때도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총리 자신과 장관들의 임금을 동결하는 등의 제스츄어를 취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브렉시트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그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항모의 운용은 사실상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어서, 퀸 엘리자베스호 이후에 발주되었던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의 건조 역시 그 기한이 연장될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따라서 1호함은 2017년에, 2호함은 2020년에 취역시켜 2대의 항모전단을 꾸리려던 영국의 계획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겠죠.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함 가상도)


영국 해군은 2대의 항모를 정박시킬 모항으로 포츠머스항을 선정하고, 이에 따른 정박 지원 시설을 구축 중에 있다고 합니다. 방파제를 비롯해 각종 지원 건물을 짓고 있으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독자적인 변전소도 갖추고 있다고 하네요. 

(포츠머스항으로 진입하는 모습)


워나크라이 같은 최신 랜섬웨어에 대한 방어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로, 윈도우XP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중단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 영국 해군 측에서는 민간 인터넷 회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고 밝혔는데요, 현재의 시스템 상황은 가장 안정적이고 보안 부분에 있어서도 가장 강력하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윈도우XP와 더불어 2014년 명명식이 거행될 당시에도 한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요, 바로 해당 항모에 탑재될 예정이었던 F-35 최신 전투기가 모형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모형 F-35 전투기의 모습)


당시 영국은 계약만 한 상황에서 실제 전투기를 도입하지 못 했고, 덕분에 유리 섬유로 만들어진 모형 F-35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4대의 기체가 영국으로 반입되었고, 2023년까지 모든 F-35기를 다 인수할 것이라고 하네요. 영국이 도입하기로 한 F-35 라이트닝 2의 대수는 모두 합해서 138대입니다.


퀸 엘리자베스함의 비행 사출 방식은 스키점프대 방식으로, 중국이 건조한 최신 항공모함 산둥함, 랴오닝함과 같은 방식입니다. 스키점프대는 증기 사출 방식에 비해서 전투기 무장을 적게 해야 하고 조종사들의 숙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운용하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키점프대 방식의 갑판 모습)


단, 초기 도입하게 되는 48대는 F-35B 기종으로 이 경우 수직이착륙이 가능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이 될 수 있겠지만, F-35B 자체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편이어서 갑판의 안정성에 주의가 필요하죠.

(영국 해군에 인도되는 F-35)


앞서 국방비 재원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영국 입장에서는 신형 항공모함뿐만 아니라 새로 도입되는 F-35의 나머지 인도분 가격이 치솟음으로 인해 수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어, 항모 전단을 꾸리는 데 있어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 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주변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할 해군력의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데, 앞으로의 영국 정부와 해군의 고민이 더해질 것으로 보이네요. 이상으로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에 윈도우XP가 탑재된 이유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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